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리스크 일본 열도 루머 디데이
2024.08.14 이슈집중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던 때를 기억한다. 대형 사건 사고가 있던 날은 그 때의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몇 십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간접 PTSD 증상이라는 말도 있다.), 대표적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미국 911 테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이 떠오른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있던 날도 마찬가지인데, 그 날은 개강 후 과실에서 공강 시간에 선후배들이 모여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선배 한 명이 일본에 지진이 났는데 이게 심각한 것 같다며 노트북으로 일본 뉴스를 재생하고 과실에 있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일단 본인은 일어일문학과 출신이고 현재까지도 일본에 사는 지인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말해 둔다. 그 때 도쿄나 근처 치바까지 말 그대로 난리가 났었고 각자 연락처를 아는 사람들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본 통신망 과부하로 전화가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당시 재학생만도 일본에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를 가 있던 사람이 어림잡아 10명이 넘었기 때문에 우리는 완전히 패닉이었다.
다행히 지인들 중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계속되는 여진의 여파와 불안감으로 그 때 연수를 가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귀국을 택했다. (특히 토호쿠 지방 쪽 센다이 대학은 휴교령까지 내려져서 교환학생으로 갔던 학생들이 귀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2년 간의 일본 생활을 마친 후 바로 3개월 전인 2010년 12월 1일에 귀국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오싹해지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진도 6까지의 지진은 겪어 보아서 지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피해 상황들을 보며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대지진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규모의, 어쩌면 더 클 지도 모르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발생 주기가 돌아왔다고 일본 열도가 시끄럽다. 이것은 지난 8월 8일, 일본 큐슈 지방 미야자키 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일본 기상청이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발령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해당 시스템은 가동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발령된 것으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확률이 올라갔다고 판단한 일본 기상청이 시스템을 가동한 것이다.
일본 지진학계에서는 난카이 해곡에서 100년~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는 대지진의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70~80%로 관측하고 있다. 규모는 진도 8~9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리히터 규모 9.0 이었던 동일본대지진과 거의 비슷한 수치이다. 1707년에는 난카이 해곡에서 일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대지진이 발생했고 당시에는 후지산까지 분화했다고 한다. 지난 대지진은 1944년과 1946년에 발생, 그 전은 1854년에 발생했다고 하니 정확히 100년~150년 주기를 맞추고 있다. 지금은 2024년이기 때문에 아직 100년은 되지 않았지만 열도 자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트위터(현 X)에서 2018년에 올라온 한 글이 리트윗을 타며 일본 열도는 거의 패닉에 가까운 공포감을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까지 해외 순방을 취소할 정도고 현재 일본의 추석 격인 오봉야스미 기간이지만 여행을 취소하는 일본인들도 상당히 많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2024년 8월 14일이 소위 예언 트윗이라는 글에서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 언급한 당일이다.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지만, 오늘이 아니더라도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시 다시금 원자력발전소 파손 문제와 인명피해 등이 천문한적인 규모로 예상되는 만큼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예전부터 계속 말하고는 있지만 주식에도 지진 관련주 등이 존재하는데, 재해를 어떤 특정 섹터나 종목의 호재라 언급하는 걸 자제하고 있다. 전쟁도 마찬가지이고. 반일 감정에 기반하여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일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매우 많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 (본인은 역사, 특히 한국 근현대사에 매우 흥미가 있으며 누구보다 일본의 역사 왜곡 저지에 진심이란 걸 말해 둡니다.)
어쨌든, 루머는 루머로 끝나기를 바란다.